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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인-광화사

by 즐하 2023. 1. 5.

화자는 인왕산을 오르다가 암굴을 발견하게 된다. 인왕산을 오르며 그 정취와 풍경에 흠뻑 취해 오르는 중에 만나게 된 으슥한 암굴은 그로 하여금 불쾌한 공상에 빠지게 한다. 반면에 멀리 들리는 아름다운 샘물소리는 불쾌한 공상과는 다른 이야기를 꾸밀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시대배경은 조선시대 세종 때쯤으로 설정하며 이야기를 시작한다.

 

세상을 등진 추한 얼굴의 화공 이야기

솔거는 백악산 숲 속에는 홀로 오막살이를 하며 지내는 화공이다. 그는 스승의 중매로 일찍이 열여섯에 첫 번째 혼인을 하지만 추악한 얼굴을 가진 그의 얼굴은 본 신부는 기겁하여 도망쳐 버리고, 그다음에도 한번 더 장가를 들지만 역시 실패하고 만다.

이런 일을 겪은 솔거는 여인을 멀리하게 되었고, 시간이 지나면서 여인뿐만 아닌 사람의 얼굴을 대하는 것을 피하게 된다.

그림을 그리는 일에 정진하기 위한다는 핑계로 사람을 피해  이 숲 속 오막살이를 한지 근 삼십 년이다. 그림의 그리기 시작한 지도 근 사십 년이고 그동안 산, 바다, 나무, 시내, 꽃, 달 등 많은 그림을 그려 왔지만 그는 표정이 있는 얼굴을 제대로 그리고 싶다. 은둔하며 지낸 세월로 인해 사람의 표정은 기억나지 않고, 희세의 미인이었던 어머니의 아름다운 얼굴이 그리워 그려보려 하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기억이 나지 않아 그릴 수가 없다. 

 

그는 미녀을 찾아 그리기 위해 그의 얼굴을 싸매고 거리를 방황한다. 그저 미녀를 그리고자 하던 욕구는 그의 여인을 허락하지 않는 세상에 대한 보복의 의미로 바뀌게 된다. 그리고 이는 절세의 미녀를 본인의 아내로 소유하고자 하는 욕망이 된다. 계집이 많이 모이는 곳은 물론이고 심지어 궁녀들의 뽕잎을 따러오는 곳까지 숨어 들어가 찾아 헤매지만 끝내 그가 원하는 아름다움을 지닌 미녀는  찾을 수 없다.

 

그러던 가을 어느 날 쌀을 씻으러 시내로 가다가 시냇가 바위 위에 있는 한 처녀를 발견한다. 웬 처녀가 이곳까지 어쩐 일인가 싶어 가까이 다가가 보는데, 그녀는 그가 찾는 아름다운 얼굴과 표정에 커다랗고 황홀한 눈을 가지고 있다. 또한 보통의 쳐녀였다면 기겁하여 도망갔을 테지만 그에게는 다행스럽게도 그녀는 앞을 보지 못한다. 그의 얼굴이 보이지 않는 그녀는 그의 질문에 대답도 하며 대화를 이어나가고, 그의 용궁이니 여의주니 하는 말로 현혹시켜 그녀를 그의 오막살이로 데려온다.

 

그는 그녀를 앉혀놓고 입으로는 용궁이야기를 하고 눈으로는 그녀의 얼굴을 쳐다보고 손으로는 붓을 둘러 그림을 완성해 나간다. 그러는 동안 지간은 지나 날이 어두워 눈동자만 남겨둔 채 나머지는 내일 그리기로 한다. 오랜 기간 동안 벼르던 일을 마무리하게 되었다는 기쁨은 마음의 안심을 가지게 하고, 이는 또 다른 긴장과 정열을 솟아나게 한다.

 

다음날 두사람은 남이 아닌 사이가 되었다. 화공은 눈동자를 마무리하기 위해 그녀의 눈을 바라보지만 그녀의 눈은 어제 그를 흥분시킨 그 눈이 아니다. 그는 그녀의 아름다운 눈을 보고 싶어 그녀의 어깨를 잡고 흔들어도 보고 따귀도 때리다가 흥분하여 멱을 잡는데 처녀는 그만 숨이 지고 만다. 무거워진 처녀의 몸은 그의 손에서 떨어져 나가고 넘어지면서 벼루는 뒤집히고, 거기에서 튄 먹방울은 그녀의 얼굴을 덮고, 완성되니 않은 그림 속의 눈동자가에도 떨어져 기묘하게도 그림을 완성시킨다.

 

그 후 화공은 그림을 품고 광인이 되어 수년간을 방황하다가 생을 마감한다. 

 

결국은 불쾌한 공상

보통은 이 소설은 인간의 현실적 고통을 예술로 승화하고, 작가의 예술지상주의를 표현한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솔거는 유인, 미성년 성착취, 거기에 살인까지 하는 파렴치한 범죄자이다. 원하지 않는 외모를 타고나 안타까운 인생을 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범죄행위를 예술로 승화 어쩌고 하는 것은 이해가지 않는다.   

 

어제 본 그녀의 눈은 황홀스럽게 빛나는 아름다운 처녀가 눈이었고, 밤을 함께 보낸 후 다음날 아침에 본 그녀의 눈은 사랑을 구하는 여인의 눈이었다고 하는 것은 여자에 대한 남자의 본능에 관한 이야기를 하는 것 같기도 하다.

 

화자가 불쾌한 공상을 운운한 것이 이런 이유는 아니었는가 싶다.

유쾌한 이야기는 아니었지만 읽는 동안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하는 힘에서 작가의 위력을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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