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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멜라-제 꿈 꾸세요

by 즐하 2023. 1. 26.

그녀는 30대의 무직여성으로 모아놓은 수면제를 삼키고 자살을 시도하지만 사흘 만에 깨어납니다. 그 사흘동안 아무도 자기를 찾아주지 않았다는 현실에 이 악물고 살아가리라 결심합니다. 하지만 그녀는 아몬드크런치그랜베리초코바를 급하게 먹다가 목이 막혀 죽게 됩니다. 그녀는 다른 세상으로 떠나가는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소중한 사람들과의 기억을 떠올립니다. 그리고 자신의 모습 또한 그들에게 좋은 모습으로 남기를 바라며 영원한 세상으로 떠나게 됩니다.

 

죽음을 안내하는 가이드 챔바

그녀가 초코바를 급하게 먹다가 목이 막혀 죽기 30초 전쯤인 것 같습니다. 이때 죽어가는 사람들을 안내하는 가이드인 챔바가 그녀앞에 나타납니다. 챔바는 그녀앞에서 다룰줄도 모르는 밴조를 연주하며 잘 부르지도 못하는  '오 수재너'를 부르며 죽음의 의식을 치릅니다. 또한 그녀가 생을 마감하면서 육신 빠져나와 공중을 오르는 체험의 과정을 가이드하기도 하고 그녀가  이 세상을 완전히 떠날 때까지 그녀와 함께 합니다. 

 

그녀는 챔바의 도움을 받아 홀로 방치되어 부패되어 가는 자기의 시신을 수습을 부탁하기 위해 누군가의 꿈에 나타나 도움을 청해보려 합니다.

첫 번째로 생각한 사람은 친구 규희, 두 번째는 연인이었던 세모, 마지막으로 엄마입니다. 그녀는 챔바와 함께 규희, 세모, 엄마와의 추억의 장소를 들러봅니다.

 

첫 번째로 생각한 사람인 규희는 중학교 시절 떡볶이와 함께하며 우정을 쌓아온 사이입니다. 서로 다른 고등학교 진학하면서 멀어지긴 했지만 그 이후로도 떡볶이를 함께 먹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는 친구입니다. 발가락 하나정도는 그녀를 위해 포기할 수 있다는 규희는 소중한 친구입니다. 규희는 목사님의 딸로 성령이 충만한 아이라서 그녀의 시신을 발견하더라도 트라우마로 고통받지 않을 것 같아서 그녀는 규희를 선택합니다. 하지만 챔버와 떡볶이집에서 규희와 함께했던 기억들을 이야기하며 회상하면서 그녀는 규희에게 이일을 부탁하지 못할 이유를 떠올릴 수밖에 없게 됩니다.

 

두 번째는 그녀의 연인 세모입니다. 아무래도 그녀는 친구보다는 서로의 벗은 몸을 본 연인사이가 이런 부탁을 하기에는 더 나을 듯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녀보다 열네 살이 더 많은 이혼녀인 세모는 능력 있는 컨설턴트로 그녀보다 늦게 끝나는 날이 많습니다. 그 시절 그녀는 세모의 회사빌딩이 있는 소공동에서부터 시청과 덕수중 주변을 돌며 세모를 기다립니다. 세모와 함께 하던 시청 앞을 챔바와 함께 걸으며, 그녀는 세모와 함께한 소중한 기억들을 떠오릅니다. 세모와의 소중한 기억들은 세모에게도 그녀의 죽음이 큰 상처로 남을 수밖에 없을 거란 생각에 세모에게도 부탁을 할 수 없습니다.

 

챔바도 가이드가 되기 전에는 그녀처럼 길손이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챔바가 길손이었을 때 챔바는 그의 엄마에게 로또를 사게 하는 되자 꿈을 꾸게 하여 엄마에게 즐거움을 주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그녀는 챔버와 함께 시청에서 숭례문을 거쳐 남산길로 접어듭니다. 챔버의 엄마 이야기를 들은 그녀 역시 엄마와 함께 마신 커피우유에 대한 기억을 이야기하고 남산길을 따라 엄마와 함께 커피우유를 사기 위해  들렀던 남산길의 마지막 슈퍼를 찾아갑니다. 남산길의 마지막 슈퍼를 찾은 그녀와 챔바는 삼각비닐팩에 담긴 커피우유를 엄마의 방식대로 빨대를 꽂아 마셔보려 했지만 잘 되지 않아 그냥 가위로 삼각비닐팩 모서리를 가위로 잘라내고 커피우유를 마십니다.

 

이제 그녀는 죽은 그녀의 시신을 발견하는 것보다 소중한 사람들의 꿈으로 가서 그들을 즐겁게 해주고 싶어 합니다.

그녀의 바람처럼 세모에게는 그녀의 빰을 비벼주는 꿈을, 규희에게는 떡볶이 국물에 함께 밥을 말아먹는 꿈을, 엄마에게는 커피우유에 멋지게 빨대를 꽂을 수 있는 모습을 그녀에게 보여주는 꿈을 꿀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메기의 추억' 과 '오 수재너'

학창 시절 음악실에서 부르던 '메기의 추억'과 '오 수재너'의 가사는 누구나 기억날 것입니다. 그리고 누구나 궁금해했을 법한 의문점이 있습니다. 메기는 도대체 누구인지, 수재너를 찾아온 사람이 메고 왔다는 밴조는 무엇인지 말입니다. 작가도 이 질문에 물음표를 던지며 이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외국민요로 알려진 두 노래의 가사를 들으면 아련한 추억과 이국적인 풍경 등이 떠오릅니다. 자살에 실패했음에도 불구하고 결국 세상을 떠나는 주인공의 블랙코미디와 같은 상황과 밴조를 메고 나타나는 '오 수재너'를 부르는 챔바는 이 두 노래를 다시금 떠올리게 합니다.  이 두 노래의 가사를 연상시키면서 등장하는 챔바는 그녀의 죽음에 대한 안타깝고 비극적인 감정을 충분히 완화시켜 주고 그녀의 생전의 모습도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한 소중한 시간들이었음을 아련하게 그려내 줍니다.

물론 이야기 속에서는 말하지 않고 있지만 소중한 그녀의 삶 속에서 충분히 힘들었던 그녀가 있었음을 짐작하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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