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시절 데릴사위와 재산 좀 있는 장인 간의 실랑이
주인공은 동필의 집에서 둘째 딸 점순과 성례를 올리기 위해 데릴사위로 살고 있다. 그 시절 데릴사위는 일할 사람이 없는 집에서 그 집의 딸과 혼인을 하는 조건으로 사윗감을 데려다가 실컷 일을 시키고 그 대가로 혼인을 시켜주는 것이었는가 보다. 주인공의 예비 장인인 동필은 욕을 잘해서 욕필이라 불릴 정도로 마을에서 인심을 잃은 인물이지만, 그의 땅을 빌려 사는 사람이 있을 정도의 지주인지라 주변 사람들은 그에게 함부로 할 수는 없다. 주인공은 그런 장인에게 그래도 나름 자기주장을 내뱉는 인물이다.
주인공은 장인과 일정기간을 정해서 데릴사위 계약을 한 게 아니고, 점순이가 다 자라면 혼인을 시켜주겠다는 약속을 받고 데릴사위를 하고 있다. 어느덧 3년 하고 7달째 데릴사위로 살고 있지만, 점순이는 쉬이 자라지 않고, 성례를 치르게 해 달라는 주인공의 요구에 장인은 점순이의 키가 커야 성례를 올릴 수 있다는 말만 되풀이한다.
혼인 전까지는 내외해야 한다고 하여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떨어져 지내왔지만, 그간 지내며 봐온 점순이에 대해 애정도 생긴다. 비록 점순이의 키가 빨리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그녀의 무거운 물동이를 대신 지어주는 그에게 점순이 역시 마음이 있는 듯하다. 점순은 밥을 전달하는 틈을타 주인공에게 혼인에 대한 마음을 무심한 듯 던지기도 한다.
억울한 마음에 장인을 끌고 구장을 찾아가 본인의 억울한 사정을 토로하지만, 겉으로만 그의 편을 들뿐 실질적으로는 장인의 편인 듯하다. 아무리 인심을 잃은 욕필이 장인이지만, 마을의 지주급인 장인에게 세상은 유리하게 돌아가는 게 세상사이다.
구장을 찾아갔다가 얻은 것도 없이 돌아오고, 첫째 딸의 데릴사위 이야기, 자신을 부려만 먹고 성례는 치러주지 않는 장인에게 평소 쌓인 불만으로 장인과 몸싸움을 벌인다. 장인은 땅바닥에 쓰러져 까무러치고, 장모와 점순이 그 광경을 보게 된다. 장모는 남편인 장인의 편일지라도 점순은 그의 편일 것이라 여겼지만, "망할게 아버지를 죽인다"며 그의 귀를 당기며 마냥 운다. 그 속을 알 수 없는 점순이의 얼굴을 멀거니 바라본다.
어리숙하고 순진한 그 시대 사람들의 이야기
근대소설들은 단막극 형태의 TV드라마나 영화에서 많이 다뤄지는 경우가 많아, 대부분 이야기가 낯이 익다. 겪어보지 못한 시대이지만 글을 읽다 보면 등장인물들의 얼굴모습, 몸집, 입고 있는 옷, 들고 있는 지팡이 등의 장면들이 잘 상상되곤 한다. 그래서인지 김유정의 소설 '봄봄' 또한 그 시대의 어느 마을에서나 있을법한 이야기인 듯 친근하다. 다루기에 따라서는 무겁고 우울하게 그려낼 수 있는 이야기이지만, 그냥 순진하고 어리숙한 사람들의 이야기로 담아내며, 조금은 가벼운 듯 장난스럽고 친근하다.
이 소설이 발표된 때가 1935년이라서 그런지 요즘에는 잘 쓰지 않는 말도 있고, 무슨 뜻인지 알 수 없는 말도 있다. 전체적인 문맥으로 유추해 이런 뜻이겠구나 하면서 읽었는데, 이게 조금 피곤하긴 했다.
소설가 김유정
김유정은 1908년 강원도 춘천의 갑부 집안 출신이었으나, 일찍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고행을 떠나, 1929년 휘문고등보통학교를 마치고, 다음 해에 연희전문학교에 입학하지만 중퇴한다.
1932년에는 고향으로 돌아와 문맹퇴치운동에 참여하고, 1935년 단편소설인 '소낙비' '노다지'가 각각 조선일보와 중앙일보의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등단하게 된다. 그 후 '봄봄'을 비롯하여 '금 따는 콩밭' '떡' '산골' '산골나그네' '동백꽃' '땡볕' 등 길지 않은 기간 동안 30편 정도의 단편소설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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