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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향-벙어리삼룡이

by 즐하 2023. 1. 10.

지금은 비록 지저분한 빈민굴이 되었으나 십사오 년 전에는 나름 행세한다는 사람들이 모여 살던 연화봉이라는 마을에서 일어난 이야기이다.

  

이야기 속 사람들

● 주인 (오생원)

중년의 늙은이로 그가 일어나는 때가 동네사람이 일어나는 때일 정도로 정확하고 부지런한 사람이다. 연화봉으로 이사 온 지는 얼마 되지 아니하였으나, 동네 사람들에게는 후한 인심을 주며 존경을 받는 인물이기도 하다.

 

● 하인 (삼룡이)

오생원이 데리고 있는 하인으로 땅딸보에 옴두꺼비와 같은 외모를 가진 벙어리이다. 부지런한 오생원이 데리고 왔으니 그 역시 부지런하고 진실하고 충성스럽다. 이러한 삼룡에게 집주인 또한 나름 배려해 준다.

 

● 어린 주인 (오생원의 아들)

나이 열일곱의 오생원 집안의 삼대독자 아들이다. 너무 오냐오냐 커서 버릇이 없고 망나니와 같리 포악한 짓을 많이 하니 동네사람들은 그를 후레자식이라 욕하고, 어머니는 영감에게 아들의 버릇을 고쳐주라 하지만 외면한다.

아들은 유독 삼룡을 더 못살게 굴지만 충성스러운 삼룡은 꾹 참아가며 모시고, 심지어 어린 주인이 밖에서 두들겨 맞고 울고 들어오기라도 하는 날에는 쫓아 달려 나가 황소처럼 어린 주인을 위해 싸우며 감히 덤비지도 못하게 한다.

 

● 주인아씨 (오생원의 며느리)

나이 열아홉에 오생원의 아들과 혼인을 올린다. 몰락한 양반가의 여식으로 아버지를 여의기 전까지는 금지옥엽으로 자라나 배우고 익힌 것이 못하는 것이 없고 인물이나 행동거지에 구김이 없다. 오생원의 아들은 이런 색시와 비교되는 것이 못마땅하여 색시를 괴롭힌다.

 

이야기의 줄거리

못난 외모를 가진 벙어리인 삼룡이는 스물세 살이 될 때까지 이성과의 접촉할 기회가 없다. 그도 뜨거운 피와 같은 정욕을 가진 젊은 사내일 테지만 벙어리인 본인이 남들과 다르기에 같은 권리를 가질 수는 없다 생각하며 정욕에 대하여 억제하고 단념하며 살아간다.

 

오생원은 평소 문벌이 얕은 것에 대한 열등감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해 가을 몰락한 양반 집안의 딸을 돈으로 사 오다시피 하여 아들과 혼례를 치르게 한다. 주변사람들은 못하는 것도 없고 인물 또한 뛰어난 신부에 대하여 신랑과의 비교하게 되고 이를 못마땅하게 여긴 아들은 색시가 미워 괴롭히고 때리기까지 한다. 

삼룡이는 자신과는 분명히 다른 사람인 주인아씨가 오생원의 아들로부터 당하는 모습을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고, 이는 선녀같이 예쁜 주인아씨에 대한 연민과 동정의 마음으로 변하기 시작한다.

 

하루는 술에 취해 맞고 쓰러져 있는 어린 주인을 업어다가 방에 뉘인 적이 있는데, 이를 본 주인아씨는 고마운 마음에 삼룡에게 남은 비단헝겊조각으로 부시쌈지를 하나 만들어 주었다. 이를 알게 된 아들은 색시를 때리기 시작하고, 그런 광경을 본 삼룡이는 아들을 내동댕이 치고 주인아씨를 둘러매고 주인 앞에 내려놓으며 손짓발짓하며 하소연하였다. 이로 인해 이튿날 어린 주인에게  채찍으로 두들겨 맞고 삼룡이는 두 손으로 빌기만 한다. 그날 이후 주인아씨가 있는 안방에는 출입할 수 없게 되고, 아씨를 볼 수 없게 되면서 아씨에 대한 마음은 더욱 깊어만 간다. 

 

어느 날 어린 주인이 술에 취해 들어오고 집안 분위기가 어수선하다. 삼룡은 약을 사들고 오는 계집 하인에게 무슨 일이 있느냐고 물었고 계집하인은 손짓발짓으로 주인아씨에게 무슨 문제가 생겼음을 알려준다. 삼룡은 궁금하고 불안한 마음에 새벽 두 시쯤 담을 넘어 안방으로 향하고, 안방 문틈으로 안쪽을 살펴보는데 아씨가 기다란 명주수건으로 목을 매려고 하고 있다. 이를 막으려는 삼룡이와 아씨는 서로 실랑이를 벌이게 되는데, 이일로 주변사람들은 진실을 보기보다는 겉으로 보인 만 보고 삼룡이와 아씨가 부적절한 것으로 여기게 되고 삼룡은 갖은 매질을 당하고 끌려나가고 애걸하여 보지만 결국 쫓겨나고 만다. 이에 삼룡은 평생 동안  충성한 대가가 고작 이것뿐이라는 것에 원망을 품으며, 원수를 갚고 자신도 없어지고 싶어 한다.

 

그날밤 오생원의 집에는 불이나고 순식간에 화염으로 둘러싸인다. 삼룡은 화염 속으로 뛰어들어가 주인을 먼저 구해내고, 다시 들어가 아씨를 찾기 위해 불속 여기저기를 헤매고 다녀 겨우 아씨를 발견하지만 나올 수 있는 길을 찾지 못하고 아씨를 안고 지붕으로 올라간다. 이러는 사이 몸은 비록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가 되었지만, 아씨를 가슴에 안았을 때는 살아난 듯 쾌감을 느낀다.

삼룡은 아씨를 무릎에 눕힌 채 화염 속에서 평화롭고 행복한 웃음을 지으며 죽어간다.

 

삼룡에게 진정한 행복은 무엇일까

삼룡이는 하대 받는 신분, 못난 외모, 말을 듣지도 하지도 못하는 벙어리라는 신체적인 불구까지 최악의 조건을 가진 사람이다. 인간이기에 당연히 가지는 정욕마저 억제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다. 그러한 삼룡에게 주인아씨는 새로운 인생의 전환점이 되고, 주인에게 순종하는 하인으로 살아오던 삼룡은 점차 적극적인 행동을 통해 본인의 감정을 표출한다. 이러한 행동으로 인해 삼룡은 극한 상황을 맞이하게 되고, 복수하고자 하는 마음과 주체할 수 없는 반항의 의지를 보여주게 된다.

 

결국 극단적인 선택과 행동을 통해 복수를 하고, 잠깐 동안이지만 사랑을 얻고 인생을 마무리한다. 행복한 웃음을 지으며 화염 속에서 죽어갔다는 삼룡이의 모습에서 보이는 그의 마음이 애잔하다. 겉으론 행복하다고 하지만 진정한 행복은 아닌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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