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윤고은 소설」1인용 식탁

by 즐하 2022. 12. 28.

혼자 밥을 먹는 것은 힘든 일인가?

직장생활에서 소외당하는 한 직장인이 "혼자 밥 먹는 법을 알려주는 학원"에서 그 방법들을 배워가며 성장하며 나름 씩씩한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하지만 학원을 수료하고 나면 혼자만의 식사를 해야 한다는 현실에  마주쳐야 하고,  수강기간 동안은 자신이 혼자 먹는 유일한 사람이 아니라는 안도감을 느낄 수 있었지만 이마저도 사라져 버린다는 이유로 다시 학원에 등록하게 된다. 인간은 결국 혼자서 살아가기 힘든 존재인가?라는 의문을 가지게 한다.

 

소외당하던 인물이 자신을 찾아가는 과정

이 이야기의 주인공인 오인용은 회사에서 소외당하는 인물이다. 주변에서 가끔 본듯한 낯설지 않은 인물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나의 모습과도 닮아 있는 듯하다.

회사 점심시간마다 소외되는 인용은 늘 혼자 밥을 먹는다. 헬스장이나 요가를 배우거나 홍삼진액과 같은 몸에 좋은 것을 사 먹을 수도 있는 돈으로 혼자 먹는 법을 알려주는 학원에 등록하여 1단계에서 5단계에 걸친 교육을 받게 된다.

 

인용은 회식 자리에서 눈치 있는 행동으로 무리에 속해 같이 밥을 먹으러 가지만 혼자 밥 먹는 것이 편하다고 느끼게 된다. 인용은 자신이 무리를 소외시켰다고 생각하며, 다시 무리밖으로 나온다. 이번에는 자신이 그들을 소외시켰다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인용은 혼자 고깃집 한가운데에 자리 잡고 당당하게 삼겹살 2인분에 공깃밥, 소주까지 시켜 먹는 여자를 보게 된다. 이에 인용도 삼겹살 2인분을 시키고, 그 당당한 여자와 합석하게 된다. 여자혼자서 밥을 먹어도 남들 눈치를 보지 않으며, 당당하며, 혼자 밥 하나 먹지 못한다는 것은 사치라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인용은 여자와의 만남으로 인해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게 되고, 세상의 주인공이 자신이라고 생각하며 당당한 사람이 되어간다. 학원 성적도 날로 좋아졌다.

 

이제 학원 수료를 앞두고 마지막 시험을 치른다. 하지만 시험을 보는 중에 먹은 것을 다 토해낸다. 학원 수강기간 동안에는 자신이 혼자밥을 먹는 유일한 사람이 아니라는 위안이 있었는데, 학원 수강이 끝나면 이러한 위안을 받을 수 없다는 것과 혼자만의 식사와 마주쳐야 한다는 현실이 인용에게 큰 스트레스이었나 보다. 

 

그는 다시 학원에 등록한다.

 

혼자 밥 먹는 법을 알려주는 학원

혼자 먹는 법을 알려주는 학원에서는 단계별로 학습 후 수료증을 준다. 단지 혼자 밥먹는 것을 알려주는 것이 아닌 혼자 살아가는 법을 알려주는 것은 아닐까? 

 

어렸을 때는 혼자 밥을 먹어본 기억이 없는 것 같다. 학교에는 항상 친구들이 있었고, 집에는 항상 식구들이 있었다. 그런데  군대를 다녀오고 나서 사회생활을 준비할 시기가 되자 혼자 밥을 먹게 될 때가 종종 있었다.

 

군 전역 후 어느 날 자격증 시험 준비를 시작해야 할 때가 있었다. 학교도서관보다는 아는 사람 없는 시립도서관에서 공부하는 게 더 좋을 것 같아 혼자 가끔 찾던 시립도서관으로 향했던 적이 있었다. 시립도서관에서 자격증 시험준비를 하기 전에 걱정했던 것 중 하나가 점심을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였다.

시립도서관에는 나이가 좀 있는 분들이 꽤 많다. 그 시절 나의 시선으로는 학생으로 보이지는 않는 어른들이 평일 시간에 도서관에서 책을 보고 있다는 것이 그리 좋아 보이지는 않았고, 식당에서 보게 되는 그분들은 대부분 혼자 식사들을 한다. 그분들처럼 그들 사이에서 혼자 밥을 먹어야 한다는 것은 그리 유쾌하지 않은 경험일 것이라 생각했던 기억이 난다.

 

그래도 늦게까지 공부하려면 밥은 먹어야 하니 혼자 밥을 먹어보기로 했다. 식판에 밥을 받아서 테이블에 앉아 젓가락을 잡기 전에 이어폰을 귀에 꽂고 음악을 켠다. 눈은 오직 밥, 국, 반찬이 놓인 식판으로 향할 뿐 주변을 둘러 바라보기는 쉽지 않다.  입안에 든 밥을 씹는 동안 고개를 잠시 들어 주변을 살펴본다. 누구 하나 나에게 신경 쓰는 사람은 없는듯하다. 혼자인 사람들은 혼자인대로 누군가와 함께하는 사람들은 그들대로 밥을 먹고 있다. 나 또한 주변의 잔소음 없이 들리는 음악에 집중하며 다른 사람들 신경 안 쓰고 밥을 다 먹는다. 이게 나의 첫 혼밥의 경험이었다.

 

그 이후 혼밥은 내 생활의 일부가 되었다. 때로는 외로울 수도 있지만 편리하다. 혼밥은 벽 쪽의 편안한 자리에 앉을까 말까, 한 조각 남은  달걀말이를 먹을지 말지를 고민하지 않아도 되는 편안함이 있어서 좋다. 

 

혼자살 때의 편안함과 불편함, 함께 살때의 편안함과 불편함이 있듯이 밥을 먹는다는 것 또한 사는 것과도 닮아있는 듯하다. 그도 그럴 것이 먹는 게 곧 사는 것이니까.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