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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호 소설」내겐 너무 윤리적인 팬티 한 장

by 즐하 2022. 12. 29.

타인의 시선으로 인해 나를 잃어버리다. 

군대를 다녀온 사람은 다 알겠지만 꿈에서라도 다시는 가고 싶진 않은 군대를  꿈에서는 수시로 가곤 한다. 주인공은 군대 전역 이틀 후 김일성의 사망 소식을 뉴스로 접하게 되고, 징집될 수 도 있다는 불안감에 노심초사하는 평범한 스물네 살의 청년이다.

작가는 평범한 한 청년이 어느 날 겪게 되는 에피소드를 통해 사회와 타인이 이야기하고 바라보는 시선이 얼마나 쉽게 자신의 생각을 잃어버리고, 의심하게 하는지에 대한 인간의 모습을 부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나오는 사람들

● 주인공 : 제대 후 경찰 공무원을 준비하라는 아버지의 권유에 형이 있는 서울로 올라간다. 형의 집에서 빈둥거리며 지내는 그는 매우 게으른 성격을 갖고 있다. 형의 반바지를 입고 돌아다니다가 사건이 발생한다. 
● 형 : 주인공과는 달리 패션에도 관심이 많고 최신 트렌드를 따라가려고 하는 부지런한 인물이다.
● 아버지 : 주인공의 아버지이지만 주인공이 하는 행동마다 핀잔을 주며 한심하게 여기는 인물이다.

 

파출소로 간 팬티만 입은 성추행범

군대를 전역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주인공에게 아버지는 경찰공무원 준비를 할 것을 권유한다. 주인공은 아버지의 권유대로 경찰공무원 준비를 위해 형이 살고 있는 서울의 원룸으로 들어간다. 어느 날 형의 원룸 밖으로 나왔는데 열쇠가 없어 다시  들어가지 못하는 상황이 된다. 슈퍼로 담배를 사러 간 주인공은 그가 입은 것이 반바지인지 트렁크 팬티인지에 대하여 슈퍼 여주인과 실랑이를 벌인다. 이를 본 슈퍼 주인아저씨는 주인공을 성폭행범으로 오해하게 되고, 주인공은 파출소까지 가게 된다.

 

담배가게 여주인은 팬티만 입었으니 변태가 분명하다고 하고, 경찰은 아직 전역 신고가 되지 않은 상태로 부대를 탈영범일지도 모른다고 한다. 타인의 이야기로 인한 여러 가지 불리한 정황은 자신조차도 어떤 행동을 하고 있는지 아무것도 확신할 수 없는 상태를 만들어 버린다. 

어찌 되었던 경찰서에까지 가게 되고 신원조회까지 마친 후에야 겨우 풀려난다.

 

열쇠가 없어 원룸의 현관으로 들어갈 수 없는 주인공은 도시가스관을 타고 형의 집으로 가려하지만 형의 원룸이 아니라 옆집 하늘색 헤어밴드를 한 여성의 원룸 방향이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마침 형을 만나 무사히 집으로 들어간다.

그날 밤 꿈에서 북조선 김주석을 만난다.

 

재미있는 요소와 문장

● 반바지(팬티) : 반바지인지 트렁크 팬티인지 의심을 받는 소재로 주인공의 자의식을 흐트러 뜨리는 역할을 한다.
● 군대 : 주인공이 다시는 돌아가고 싶지 않아 하는 장소
● 도시가스관 : 주인공은 자신을 의심하며, 옆집 여자의 집으로 들어가려고 하는 행동을 하게 하는 요소.
● 내가 원하든 그렇지 않든, 나는 이미 그렇게 규정되어버렸다는 자의식이 머릿속에서 쉬이 떠나지 않았다. 
● 오해가 오해를 부르고, 그러다 보면 정말 무엇이 오해이고 진실인지 엉망으로 뒤섞여버리는 날, 그날이 바로 그랬다.
● 거, 동무래 윤리적인 반동이구만

 

이 이야기는 작가가 실제 십수년전 겪은 본인의 이야기이고, 그때의 일을 다시 꺼낸 이유는 아직 이해되지 않고 해결되지 않아서라고 한다.

세상이 다 내 마음 같지 않고, 내 마음 또한 세상과 같지 않을때가 있다. 살다 보면 나도 모르는 본성이 나올 때가 있고, 그럴 때는 나도 나에게 놀라기도 한다. 누군가는 가스라이팅의 피해자 이기도 하고, 가해자 이기도 하다. 사람의 정신, 마음, 기억, 심리, 다짐 등은 니약할 뿐이다. 주인공의 이야기는 겪은 단편적 상황은 특이하지만, 타인에 의해 자기를 잃어버릴 수 있는 본질적인 상황은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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