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28 권여선-모르는 영역 클럽에서 라운딩을 마치고 늦은 점심식사와 함께 약간의 보드카를 마신 명덕은 근처 카페 야외테라스에 앉아 콜라를 마시며 술이 깨기를 기다리다가 딸 다영에게 전화를 건다. 다큐멘터리 방송을 제작하는 일을 하는 다영은 그날 촬영이 있어 여주에 있다고 했다. 여주는 마침 그가 있는 곳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고, 그는 다영과 그녀의 일행에게 저녁을 사겠다고 하였다. 다영은 그들의 숙소인 펜션에서 식당을 같이 하고 있으니 그곳에서 저녁을 사달라고 하였고, 명덕은 그곳으로 향한다. 모르는 영역 권여선의 소설 『모르는 영역』. 주인공 명덕은 새벽에 공을 치고 혼자 클럽에서 빠져나와 다영에게 전화를 건다. 다영은 도자비엔날레 때문에 여주에 있었다. 초승달 모양의 낮달이 하늘에 떠 있고, 낮술의 취기와 봄날의 나른함이.. 2023. 2. 9. 이서수-연희동의 밤 나는 이미 가수의 꿈을 접었고 2년간을 버티면 마련할 수 있는 내일채움공제의 천만원을 목표로 꿋꿋하게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언니는 드라마작가의 꿈을 갖고 지낸 8년간의 시간을 뒤로하고 그 꿈을 포기하기로 하였고, 나처럼 아니 모두가 그렇듯이 개미지옥으로의 길을 가기로 어제 합의했다. 그런 언니를 달래주기 위해 나는 연희동으로 향했고, 우리는 늘 그랬듯이 만나서 술을 마시고 동네를 거닐었다. 첫번째 : 아그리파 술의 집 내가 보기에는 지루한 내용의 글을 쓰는 언니에게 재능이 있어 보이지 않았지만, 언니가 다니던 교육원의 담임이었던 은단은 언니에게 재능이 있다고 칭찬했었다. 그 칭찬이 8년의 세월을 낭비하게 했다며 언니는 복수를 하기 위해 은단의 인스타를 보고 그녀가 운영하는 술집 '아그리파 술의 집'을 .. 2023. 2. 2. 정한아-지난밤 내꿈에 한센병에 대한 사회적 편견은 당사자인 외할머니에게는 첫번째 결혼을 실패하게 하였고, 엄마에게는 가족으로부터 버려지게 하였고, 나에게는 아버지로부터 폭행당하는 엄마를 보는 상처를 갖게 하였다. 이에 외할머니가 사회의 편견에 맞서 싸운 보상의 대가는 세사람이 받은 상처를 서로 치유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 외할머니와 엄마의 갈등 외할머니는 한센병력을 가지고 있다. 시집을 가서 딸아이도 있었지만 한센병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된 전남편은 알고 혼자 나가서 죽으라며 독약을 건넨다. 그렇게 딸을 두고 집에서 쫓겨난 외할머니는 한센인 수용소가 있던 섬으로 갔고, 그곳에서 외할아버지를 만나 결혼했다. 단종수술을 피해 자식을 얻은 그들은 섬을 빠져나와 한센인 격리촌인 협동농장에 들어가는데, 엄마는 고아원으로 보내고.. 2023. 2. 1. 이주혜-우리가 파주에 가면 꼭 날이 흐리지 아이들이 초등학교 1학년 일 때 참관수업에서 아이들의 학부형으로 만난 3명의 엄마가 그 이후로도 우정을 이어온다. 그녀들 중 막내인 미예는 2주전 홀아버지를 잃지만, 코로나로 인해 황망한 장례를 치를 수밖에 없었다. 수라는 어느덧 고1이 된 아이들의 중간고사 일정으로 더 늦으면 보기 어려울 수 있으니, 그전에 미예를 위로하는 자리를 마련해야 한다며 그녀들의 모임을 주선한다. 그녀들은 만나 파주의 장어집에서 식사를 하고 베이커리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함께 시간을 보낸다. 코로나 감염전 그녀들의 관계 그녀들은 아이들의 초등학교 1학년 참관수업에서 처음 만났고, 그해 가을운동회 뒤풀이 모임에서 마지막까지 남은 그녀들은 서로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수라는 의류회사에서 디자이너로 근무하다가 본인이 디자이너로써.. 2023. 1. 31. 위수정 - 아무도 결혼생활을 해온 희진은 다른 남자를 마음에 두게 되어, 남편인 수홍과의 별거를 위해 집을 나와 혼자 원룸으로 이사를 한다. 그 사람과의 연애를 위해 집을 나왔지만 계획처럼 되지는 않는다. 아버지, 어머니, 남편 수홍은 그런 그녀를 묵묵히 지켜봐 준다. 그런 그들과의 관계와 상징하는 여러 요소들을 통해 희진의 변화하는 마음을 연관 지어 보여준다. 도넛, 아이스크림 그리고 아버지의 다른 여자 무더운 여름이 지나고 11년간의 결혼생활을 벗어나 이사를 오던 날 아버지는 도넛 한 상자를 들고 집으로 온다. 당뇨가 있는 아버지는 도넛을 먹으면 안 되지만, 조금은 괜찮겠지 라는 생각으로 그녀는 아버지에게 도넛 한 조각을 잘라 건넨다. 포크를 손으로 받아 들 거라고 생각했는데 의외로 아버지는 입을 벌리고, 그녀는 아버.. 2023. 1. 30. 백수린-아주 환한 날들 그녀는 매주 수요일 오후 세시에는 평생교육원에서 하는 수필 쓰기 수업을 듣는다. 한 달 전부터 이 수업을 듣고 있지만 지금까지 한 편의 글도 쓰지 않는다. 그녀는 강사가 자기를 골탕 먹이기 위해 그런다고 오해를 할까 봐 걱정이 되기도 하지만 사실 수필 쓰기는 것에는 관심이 없다. 단지 스스로 짜 놓은 정교한 일정표에 맞추기 위해 매주 수요일 오후 세시에 하는 수필 쓰기 수업을 듣고 있는 것이다. 그녀는 정교하게 짜놓은 일정에 맞추어 청소를 하고, 천변에 나가 산책을 하고 TV프로그램을 보는 일상의 평화를 즐기며 살고 있다. 그녀는 결혼 후 남편과 함께 야채가게 옆에 조그만 매대를 빌려 과일장사를 시작하였다. 남편의 능력보다는 그녀의 억척스러움과 영리한 장사수완으로 자신의 과일가게를 차리고, 그렇게 번돈으.. 2023. 1. 28. 김지연-포기 미선과 헤어진 남자친구 민재는 주위사람들에게 돈을 빌린 후 잠적해 버린다. 휴대폰이 꺼져 있는 시간이 길어 연락이 잘되지는 않지만 민재는 가끔씩 미선에게 연락하여 안부를 묻곤 한다. 아마도 민재에게 돈을 빌려준 지인들이 어떤 신고는 하지 않는지 궁금하기도 해서일 거라 미선은 짐작한다. 민재에게 돈을 빌려준 사람들도 그의 소식을 묻기 위해 미선에게 연락하기도 한는데 빌려준 돈을 받기 위해서라기보다는 그의 안부를 궁금해하는 듯하다. 호두는 민재를 걱정한다 그리고 포기한다 민재에게 돈을 빌려준 사람들은 민재에게 신세를 진적이 있다. 15만원을 빌려준 친구는 민재의 자취방에 거의 반년을 얹혀살기도 했고, 호두는 민재로부터 소개받은 게임회사에 취직하여 나름 만족스러운 직장생활을 하고 있기도 하다. 호두를 제외하고.. 2023. 1. 27. 김멜라-제 꿈 꾸세요 그녀는 30대의 무직여성으로 모아놓은 수면제를 삼키고 자살을 시도하지만 사흘 만에 깨어납니다. 그 사흘동안 아무도 자기를 찾아주지 않았다는 현실에 이 악물고 살아가리라 결심합니다. 하지만 그녀는 아몬드크런치그랜베리초코바를 급하게 먹다가 목이 막혀 죽게 됩니다. 그녀는 다른 세상으로 떠나가는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소중한 사람들과의 기억을 떠올립니다. 그리고 자신의 모습 또한 그들에게 좋은 모습으로 남기를 바라며 영원한 세상으로 떠나게 됩니다. 죽음을 안내하는 가이드 챔바 그녀가 초코바를 급하게 먹다가 목이 막혀 죽기 30초 전쯤인 것 같습니다. 이때 죽어가는 사람들을 안내하는 가이드인 챔바가 그녀앞에 나타납니다. 챔바는 그녀앞에서 다룰줄도 모르는 밴조를 연주하며 잘 부르지도 못하는 '오 수재너'를 부르며 .. 2023. 1. 26. 이전 1 2 3 4 다음